2017.04.02 ~ 04.08 여자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대회 "통일응원단" 활동

2017-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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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져 살아온 70년 세월이 무색하게,

손한번 잡지 못하고 경기장 펜스 너머로만 서로를 보았는데도

금세 정들고 경기장을 나서자마자 그리워지는

우리 선수들을 만나는 7일이었습니다.




북측의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단이 강릉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테스트이벤트 아이스하키 선수권대회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민족, ‘우리선수들을 맞이하러 경기 첫날인 일요일 새벽부터 서울에서 강릉가는 남북공동응원단’ 버스에 올랐습니다.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북측 선수들을 만나고 응원했지만만남은 짧고 헤어짐이 길어서인지사실 엄청 설렌다거나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기장에 응원단 참가자들의 응원연습이 한창이던 중 북측선수들이 들어오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같은 문화같은 언어를 쓰는 민족이라는 것참 신기합니다생전 처음 만나는 사이인데도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눈물이 납니다남측의 20대 청춘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에 우리가 왜 말도 안통하는 외국인보다 못한 처지에 있을까 싶은 마음에 괜히 눈물이 납니다


호주네덜란드와 치룬 초반 두 경기는 열심히 뛰어주었지만 아쉽게도 졌습니다.

뜨겁게 응원해준 응원단에 미안한 마음이 더해졌는지, ‘우리’ 선수들은 굳은 표정에 눈물을 흘리고그 모습에 목이 메어 수고했다는 응원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20명의 북측 선수들 수고했다고 이름을 한명 한명 불러줄 때에는 눈물도 너무 많이 나고 선수들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었습니다.


기사들에는 북보다 순위가 낮은 네덜란드에 져서 앞으로 북측 대표팀의 전적을 암울하게만 전망하고 있고이제 영국에까지 지게 되면 전승을 거두고 있는 남측 선수들과의 경기도마지막 경기인 슬로베니아와의 경기도 계속 고개숙이고 눈물흘리는 모습만 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에 응원의 부담도 커져갔습니다.

있는 힘껏 제대로 응원하고경기할 수 있는 유일한 경기라는 생각에 영국vs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세 번째 경기는 더욱 힘을 내어 응원했고, 2:0으로 지고있다가 2:2 동점 연장전까지 가자 응원단을 포함한 관중들 모두가 함께 통일조국’, ‘이겨라 코리아를 힘껏 외치고 있었습니다역전의 골이 터지던 환희의 순간선수들도 환한 표정으로 응원단을 향해 서서 오랫동안 인사해주었습니다.


첫 경기가 끝나고 전 경기 응원에 참가하기로 전격 결정두 번째 경기부터 사전 응원지휘 연습을 하여 부응원단장으로 응원을 함께 했는데요응원단은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이 아니라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하는 사람이라는 강조를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관중석에 앉은 응원단에게도 강하게 부탁(?!)드리는 점인데사실 관중석을 바라보고 응원지휘를 하면서도 우리선수들을 보고픈 마음에 힐끔힐끔 돌아보게 됩니다. “우 리 는”-짝짝짝 할 때 오른쪽으로 돌아보고, “하 나 다”-짝짝짝 할 때 왼쪽으로 돌아보고...이 아쉬운 마음을 경기끝나고 관중석에 선수들이 인사하러 올 때에야 마음편히 바라볼 수 있습니다그래서 더더욱 기다리고 기다려온 승리의 순간이었습니다. “통일응원이 큰 힘이 되었다는 북측 선수들, “승리해줘서 고맙습니다


이제 역사적인 남북전이 열리는 날경기시작 2시간 전에 도착하였는데도 관람객들의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이어지고, 5800명이 경기장을 꽉 채웠습니다많은 관심과 인파 속에 긴장했는지 진행요원들과 경찰들은 이전보다 더욱 깐깐하게 가방수색몸수색을 합니다월드컵 응원으로 유명한 붉은악마의 응원을 한번도 보지 못한 걸까요엠프도 안된다북도 안된다나중에는 지난 경기에도 문제없이 걸었던 현수막을 각목이 대어져 있어 안된다고 억지를 부리고카메라 삼각대도 30분이나 실랑이 끝에 들여보냅니다.

평창올림픽의 흥행을 위해 열리는 테스트이벤트에서안전문제를 빙자하여 불필요한 트집을 잡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진행요원들은 남과 북 우리 선수들이 함께 기념사진 찍는 모습을 어떻게 느꼈을까요. ‘평화올림픽’ ‘통일올림픽으로 평창올림픽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노력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 날은 UN이 전세계 평화를 위한 스포츠의 역할을 알리기 위해 지정한 발전과 평화를 위한 스포츠의 날이었습니다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한 민족이면서 분단되어있는 한반도에남과 북의 선수들이 함께 경기를 치룬다고 하니국내외 언론의 이목도 그만큼 집중되었는데요제 앞에 앉은 한국인 통일응원단들 사이에 한반도기가 그려진 응원단 티를 입은 파란눈의 외국인이 있어서 유독 카메라도 집중되고 경기내내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날 경기는 남측 선수들의 3:0 승리로 끝났는데요관중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남과 북 양쪽 선수를 모두 응원하고남측의 승리가 확실시되던 경기 후반부에는 북측이 한 골만 넣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가졌습니다그래도 남 북 선수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경기장을 돌며 응원해준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는 동안 모두함께 부른 아리랑은 최고의 감동이었습니다얼어붙은 남북관계처럼 얼어있는 빙판위에서우리 민족이 보여준 뜨거움은 만남이 통일이다라는 말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뜨거웠던 남북전이 끝나고 하루 동안 휴식을 취하며 마지막 경기 통일응원을 준비했습니다.

북한의 아이스하키 디비전Ⅱ B그룹(4부리그강등위기에서 치러진 마지막 경기는 마찬가지로 강등위기에 처한 슬로베니아와의 경기였습니다이제 응원을 하며 북측 우리 선수들을 보는 날도 마지막이구나 하는 아쉬움과강등위기니 더욱 응원을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에 잠도 쉬이 오질 않았습니다게다가 경기 초반부터 슬로베니아가 2골을 넣어통일응원단의 응원 목소리는 절박해져갔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열심히 응원을 이어가서 마침내 2:2 동점상황마지막에는 4:2로 시원하게 역전승을 한 북측대표팀그만큼 시원하게 제 목도 쉬었습니다북측 선수들이 골을 넣을 때 부르기로 되어있는 아리랑을 네 번이나 부르고함께 응원을 하던 아이는 한 선생님께 북이 골을 넣는 수 만큼 용돈을 받게 되어 더욱 목청높여 응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


7일간의 통일응원이 기분좋게 마무리되어 기쁘고또 북측 우리 선수들의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대회가 마무리되어 더욱 기쁜 날입니다한편으론 또다시 이 짧은 만남이 끝나고 얼마나 오랜 그리움이 기다리고 있을까하루빨리 자유롭게 우리 민족을 만날 수 있도록금강산도 가고 평양도 가는 날이 빨리 올 수 있도록우리가 해야 할 일의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