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례강연역사부정의와 불평등체제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23.03.22)

20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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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부정의와 불평등 체제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과 함께하는

3월 월례강연

 

정부가 굴욕적인 강제동원 해법을 추진하면서 역사정의 실현과 한일관계 개선의 길,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길에 엄청난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하나의 과거사 문제가 아니라 멀게는 1905년부터 형성된 국제사회 질서의 연장이라는 점, 제국의 언어로 우리에게 강요해온 선택을 극복해야 할 시점에 터진 일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 2022년 전조현상

 

전조 1. 윤석열 정부의 한일 과거사 해결 방식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강제동원, 위안부, 수출규제, 한일지소미아 등 일괄타결하는 ‘그랜드 바겐’, ‘패키지 딜’을 언급했고, 양국 정상회담에서 선언하는 ‘톱다운방식’으로 한일 과거사 문제를 타결을 추진해왔습니다. 지금의 상황을 마치 예견이라도 한 듯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4월 20일 강제동원, 2015년 한일합의 정신 준수 등 과거사 현안 해결하겠다는 의지 피력.

4월 22일 미국시간 4월 21일, 미 국무부 프라이스 대변인 환영 성명 발표

4월 26일 한일정책협의단 방일

4월 28일 한일정책협의단이 귀국한 날, 기시다 총리는 독일 숄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베를린 소녀상 철거 요구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5월 3일 취임 전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 발표되는데, 한일관계 관련 비중이 매우 적었습니다. 보통 한일관계 중요하기 때문에 한 두페이지 정도 나오는데, 한 단락에 그칩니다. 우리가 외울 수 있을 정도로 똑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일관계) 셔틀외교 복원을 통한 신뢰 회복 및 현안 해결등을 토대로 공동의 이익과 가치에 부합하는 한일미래협력관계 구축

-과거를 직시하면서 한일 관계 미래상을 포괄적으로 제시한 김대중-오부치선언 정신 발전적 계승. 양국 미래세대 열린 교류 확대.


 

전조 2. 2015년 한일합의

한일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강제동원과 2015 위안부 합의를 내세우는 일본 정부, 외교부는 이에 대해 ‘피해자 명예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라는 2015 한일합의 정신에 입각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게다는 입장만 반복해왔습니다.

7월 18일-7월 20일 박진 외교부장관의 방일 관련 기사.

7월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기시다 총리는 위안부 합의에 대한 신념이 강하다. 합의 이행 확약 없이 정상회담을 받기 어렵다는 견해가 있다” 고 보도

7월 19일 산케이신문, “한일관계 개선 시급하지만 한국 측은 그동안 양국간 합의나 국제법 무시하는 행위 계속해왔다.”, “말만하고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면 이본과의 관계를 만드는 일은 다시는 할 수 없게 된다”고 보도.

 


전조 3.한미일 프놈펜 성명

한미일 프놈펜 성명은 일각에서 21세기 가쓰라- 태프트 밀약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한미일 군사동맹과 MD체계 참여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평화체제가 중요한 축인데 그것을 포기한 선언이라고 판단합니다.

11월 13일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제를 선언. 북한 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 합의, 대만 분쟁 개입 가능성 언급.

 

 

■ 2023년 강제동원 해법

강제동원 해법은 4차례에 걸친 민관협의회가 있었지만 피해자 단체와 법률대리인이 반발하면서 중간에 나왔고, 3월 1일 발표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진행하지는 못했습니다.

그 대신 3.1절 기념사로 국민들에게 충격을 줍니다. 보수라 해도 3.1절 기념사는 주체를 명시합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가 누구로부터 어떤 고통을 받았는가 주어가 없었습니다. 전형적으로 주체를 흐리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자신들은 세계 정세를 잘 읽는 사람으로 위치짓고, 세계사를 읽지 못하면 또 망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으며 우리가 잘못해 식민지배 당했다는 유발론을 폅니다.

 "일본 정부도 역사의 과오를 잊지 말고 이번 합의의 취지와 정신을 온전히 실천으로 옮겨서 미래 세대에 교훈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_박근혜 전 대통령은 3·1절 기념사

 

3월 6일, 박진 외교부장관은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하고 당일 미국은 자정에 환영보도를 냅니다.

“한일관계의 신 기원적 새장”을 열었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의 공통비전을 유지하고 증진하는데 도움이 될 것”_바이든 대통령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발표를 환영한다”, “이게 바로 내가 다른 국무부 고위 동료들과 함게 중차대한 협력관계에 그 많은 시간을 들이고 집중한 까닭이다”_ 토니 블링컨 미국무부장관

“환영한다. “양국간 고통스러운 시기의 역사를 해결하기로 한 이번 합의는 한일간 신뢰와 화해를 증진할 것.”_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대사

 

한미일 삼각동맹을 강화하고 증진하기 위해서 과거사는 걸림돌이 된다는 발상, 얼마전 김태효 국가안보 1차장이 한 말과 똑같습니다. 그리고 전격 한일정상회담이 진행됩니다.

 

 

■ 2023 한일정상회담 이해하기

 

한일정상회담에서 기시다와 윤석열

기시다 총리, 한일정상회담 자리에서 강제동원 용어 쓰지 않고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라는 용어를 사용해 강제동원을 부정했습니다.

김대중-오부치선언에 대한 언급이 없이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고 하는데, 최장기간 내각은 아베정부였고, 아베총리는 기간의 사과를 번복했습니다. 일본 국회에서 기시다 총리에게 사과할 것인가 라고 했을 때 “사과 안한다 포괄적으로 계승한다고 할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어떠했나요?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대해 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는 다른 판결이 내려졌다는 엄청난 발언을 합니다. 65년 한일협정은 합의할 수 없는 것을 덮어두고 합의했습니다.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일본제국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문장 속에 있는 “이미 무효” 표현을 두고 한국 정부는 식민지배 자체가 무효라고 하는 반면, 일본은 식민지배는 합법이었으나 해방을 기준으로 무효되었다고 보는 그 차이를 두고 합의했습니다. 한일 간 매우 중요한 쟁점을 한국 대법원이 2018년 법의 언어로 “식민지배는 불법”이며 “강제동원은 반인도적 범죄행위로서 강제노동 강제동원”이라고 확정해준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구상권 행사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백번 양보해 국가간 협의를 했다 하더라도 개인이 입은 손해에 대한 청구권은 누구도 훼손할 수 없습니다. 국제법에 규정된 것이고, 그러니 국제법을 위반한 건 일본입니다. 65년 한일협정으로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반박해야 하는데 국제법 위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한 것입니다. 그래서 반헌법적 반국가적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 반평화적인 발언입니다.

 

이번 정상회담, 일본은 무슨 의도였을까요?

한일정상회담 2차 만찬 장소 논란이 있었습니다. 1895년 청일전쟁이 일어난 해에 개업한 렌가테이. 청일전쟁은 일본이 제국주의로, 본격화된 전쟁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게이오 대학에서 연설하면서 오카쿠라 덴신을 언급합니다 메이지 시대 사상가 오카쿠라 덴신은 ‘용기는 생명의 열쇠’라고 했다”면서요.

오카쿠라 덴신은 일본 메이지 시대 사상가로 일본의 조선 병합이 타당하다는 논리를 서구로 전파한 사람입니다. “조선반도는 선사시대부터 일본의 식민지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의 조선 지배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인물인데, 이자의 발언을 인용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위험한 역사인식입니까.

 

 

■ 19세기의 퇴행. 제국의 문법

일본 정부는 한국의 강제동원 해결방안을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는데 그들이 말하는 건전한 관계는 언제를 말하는 걸까요?

운요호 사건과 강화도 조약부터 되짚어 보려 합니다. 일본이 마침내 결단을 내렸는데 그들의 첫 공격 목표는 강화도였습니다. 1875년 일본은 운요호 군함을 파견해 조선과 포격전을 벌였고, 강화도 조약은 최악의 불평등 조약이었습니다. 청일전쟁으로 일본은 청으로부터 “조선을 완전하게 독립”시키고 대만 요동반도 등 부속도서의 주권을 갖게 됩니다. 일본의 ‘50년 전쟁’은 시작되었고 후발 제국주의 국가로 도약하게 됩니다. 이때 일본은 서구 제국주의 논리를 습득해 아시아로 확장하게 됩니다.

 

러일전젱과 포츠머스 강화조약

1904년 한일의정서에 의해 조선과 일본은 러시아에 대항해 공수동맹을 맺게 되고, 일본은 한반도에 군사기지를 갖게 됩니다. 같은 해 제1차 한일협약에 따라 ‘비문명국’인 조선은 외국인 고문을 강제로 고용하게 되어있는데, 일제가 추천하는 사람만 사용하게 되어있었습니다. 대한제국의 재정권 외교권을 심각하게 침해했고, 내정 전반에 걸쳐 일본의 영향력이 확대됩니다. 1905년 러일전쟁 직전에 가쓰라 –태프트 밀약과 포츠머스 조약을 맺게 되고 영일 군사동맹을 맺습니다.

 

제국의 언어와 맞설 수 있을 것인가?

일본은 당시 제국의 문법을 따랐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유사한 제국의 문법들은 존재하고, 완전히 해체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일 동맹 체제가 북중러와 새로운 대결구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당시 일본이 수많은 지역을 점령해 가면서 전쟁을 계속 일으켰던 역사, 지금 일본이 주장하는 인도 태평양 전략의 위치와 유사합니다. 그를 다시 복원하겠다는 뜻으로 읽을 수 밖에 없습니다.

 


 



 


■ 과거사 문제, 오랜 침묵과 투쟁

 

1) 국제적 배경 : 전후 냉전체제와 과거사 미처리 문제

동경군사법정에서 A급 전범들이 대폭 면제되고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에서는 중국 대만, 남북한이 배제된채 전후처리가 결정됩니다. 미국과 소련이라는 대척점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협상이었기 때문에 이 체제를 유지 관리하기 위한 파트너가 절실히 필요한데 최적화 되어 있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있었던 겁니다. 제국의 언어를 완전히 익힌 나라, 그렇게 남성중심적,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와 냉전체제는 강화되고, 미일동맹 체제와 한미동맹체제가 형성되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디커플링된 상태를 해소하라고 압력을 넣어 1965년 한일협정이 등장한 겁니다.

 

2) 일본의 문제

식민지 불법강점과 전쟁범죄를 부인하고 있는 일본, 천황제를 유지하고 있고 전쟁 책임자들이 일본의 핵심 권력층으로 유지되면서 역사수정주의와 극우 민족주의자들의 발호하게 됩니다. 여기에 일본 사회의 모순이 부각됩니다. 아베를 중심으로 한 극우 민족주의, 역사부정세력의 정치세력이 공고화되면서 겪는 정치적 퇴행. 일본 경제의 하락과 한국의 경제성장으로 인한 견제와 이중적 감정. 이를 혐한 감정으로 조장하는 언론들. 인종 중심적 민족주의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고 반성하지 않는 전범국가의 채워지지 않는 제국화에 대한 욕망이 존재합니다.

그 와중에 일본 68세대라 불리는 전후 평화세대는 일본 사회의 진보성을 위해 큰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고령이 되었고, 쇠락해져 있습니다. 과거사 문제를 대하는 일본은 점점 더 퇴행하고 있습니다.

 

3) 한국의 문제

미군정 시기와 한국전쟁, 군사독재 체제로 친일 매국 세력이 완전히 청산되지 못하고 잠복과 발호를 번갈아가며 하고 있습니다. 남성중심적 민족주의와 가부장제, 그리고 지속되는 식민성의 문제가 큽니다.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 당시, 1965 한일국교 정상화를 통해 안전보장과 경제협력이라는 투트랙 접근을 해왔고 이는 과거사 문제를 제기하는 걸림돌이 되어왔습니다. 4.19혁명과 1987년 민주화운동, 2006년 탄핵촛불을 거치며 경험한 직접적 민주주의 경험과 힘으로 이 사회 모순을 극복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강제동원 정부안과 한일정상회담은 다시 묻고 있습니다.

일본이 설정한 국제법 위반론을 수용하고 1965년 체제로 역주행할 것인가?

미일 동맹과 한미동맹이 하나의 제도로 작동하게 되는 1905년 체제로 회기할 것인가.

 

■ 1895년, 1905년, 1945년(1951), 1965년, 2015년, 그리고 2023년

 

군산복합체 미국은 제국의 끝없는 욕심을 실현하고자 하고, 전쟁과 침략·식민화를 통해 성장했던 후발 제국주의 일본이 구제국의 영광 되찾으려는 야욕으로 미일 안보동맹·인도태평양전략 수립했습니다. 이는 1945년 분단과 냉전 체제·도쿄 군사법정·한국전쟁·1952년 샌프란시스코조약으로 확립됐습니다.

 

역사적으로 형성된 제국의 문법은 완전히 해체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대한민국입니다. 통상적으로 독립세력은 민족주의 우파이나 대한민국의 특이점은 친일·숭미 세력이 분단냉전체제를 활용해 살아남아 그 세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왔고, 자유민주주 담론을 점유하며 보수우파를 자처하는 이들은 미일한 정렬 체제에 들어가길 원한다는 점입니다.

 

한미일 정부 모두 한일 과거사를 현재 형성되어 있는 식인자본주의 체제 걸림돌로 여기면서, 한국 내 진보·저항적 민족주의자·약탈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이들, 분단 냉전 체제에 문제 제기하는 모든 사람들을 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정치의 사법화와 권력의 사병화를 통한 언론탄압·노동자탄압·시민사회탄압이 모두 이 선상에 놓여 있다고 봅니다.

 

역사·경제·사회·정치 등 거의 모든 분야가 분절화되어 대응하고 있지만, 계급·젠더·인종·식민주의·생태에 대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위기의 원인을 하나로 환원시키는 것이 아니라 연결성과 복합성을 보자는 것이며, 이 체제에 균열이 내고 흔들고 뒤집을 힘은 역사적으로 늘 그러했듯 민중에게 있습니다.

 

분절적 접근, 파편화한 대응은 지양해야 합니다. 조각보 연대도 넘어서야 합니다. 거대한 힘의 질서와 맥락을 보지 못한 채 단순히 차이·다양성이란 이름으로 이어진 연대는 취약하기 마련입니다. 평화·정의·인권·생명을 중심 주제로 동심원 구조와 회오리바람으로 연대하기를, 종국에 거대한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갖기를 기대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