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례강연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 (22.07.21)

202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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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교수와 함께 한 7월 월례강연

나토 정상회의 이후 갈라진 세계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하나의 사건이 아닌 거대한 지정학적 변화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국제질서는 무엇이 변화하고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세계체제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한국정부의 섣부른 대응이 우리를 낡은 질서의 굴레로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명분은 <나치의 비군사화>

서방 언론은 러시아가 수도인 키이우(키예프)점령에 실패했기 때문에 이 전쟁에서 밀리고 있다고 말하는데, 이는 서방의 추측이지 러시아의 입장은 아닙니다. 러시아는 한번도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만약 러시아가 키이우(키예프)를 점령하려 했다면 300만 인구가 사는 도시에, 우크라이나 정규군이 10만 명이나 집결한 상황에서 러시아군을 3만 명만 보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러시아는 오히려 40만 명이 사는 마리우풀 점령을 위한 작전에 집중했습니다. 러시아와 친러시아 민병대가 특수부대를 앞세워 완전 포위 점령을 목표로 한 달간 격렬한 전투 끝에 포위했습니다. 마리우풀은 네오나치 부대 아죠프부대의 본거지이기도 하고 러시아로서는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와 동부의 친러시아 공화국 루간스키공화국, 도네츠크 공화국을 연결하는 지리적 요충지이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명분은 <나치의 비군사화>가 목적이며 “돈바스의 완전한 해방 작전 완수”입니다. 현재 러시아 푸틴이 펼치고 있는 전술은 Special Military Operation.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이 전략폭격을 했듯이 어느 한 지역을 초토화했다거나 하는 작전을 러시아는 아직 쓰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돈바스는 내전이자 네오콘 대리전쟁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은 인구의 90%가 러시아 언어를 사용하고, 서부지역은 인구의 90%가 우크라이나 언어를 사용합니다. 우크라이나 서부쪽은 원래 폴란드 국가의 일부였으며, 돈바스 지역은 러시아 근대화의 공업적 기반이었고, 소련을 세계 초강대국으로 만든 중공업 복합단지의 상징적인 곳이었습니다. 도네츠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최고 지도자 이름을 따서 ‘스탈리노’라고 불릴 정도로 소련에는 전략적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우크라이나에 한반도와 같은 주권 개념을 곧장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러시아가 돈바스지역을 완전 점령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체 면적의 20%를 러시아가 차지하게 됩니다. 우크라이나 GDP의 80%를 차지하는 지역이고 4천만 명 인구중에 1천만명이 돈바스 지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규모의 아조프스탈 제철소, 제조업 기반 공업시설 대부분이 돈바스 지역에 있습니다. 아조프해, 흑해 등 수출항과 주요 산업시설이 이 지역에 있습니다. 돈바스 지역을 제외한 우크라이나는 내륙·농업국가에 불과해집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미국 네오콘의 대리전

돈바스 지역을 점령하면 러시아의 군사목표는 달라질 것입니다. 지난 20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군의 작전 목표가 더 이상 동부(돈바스 일대)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산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같은 서방 무기가 우크라이나에 전달됐다"며 러시아군의 작전 영역은 현재에서 더 넓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러시아는 1. 우크라이나 중립화, 2. 탈나치화 즉 나치제거, 3. 비무장Demilitarization, 4. 크림 및 루한스크 /도네츠크 승인 등을 조건으로 걸었습니다. 나치의 비군사화 작전이 종료되면 푸틴은 평화협상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이를 누가 결정하는가? 미국이 합니다. 미국의 무기대여법이 80년 만에 등장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물품 보내는 법안에도 ‘우크라이나 정부 또는 동유럽 국가 정부들’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러시아가 약해질 수만 있다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이것이 미국이 바라는 바입니다. 유럽의 주인은 나토이고, 나토의 주인은 미국입니다. 결국 미국 네오콘이 결정하게 되며 나토는 네오콘의 대리전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이든 정권이 계속 전쟁을 원하는데 젤렌스키가 평화협정에 서명할 수 있을까요?

 

결국 전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우크라이나 민중들의 몫입니다. 4월 말 우크라이나 정부 발표에 따르면 사상자가 10만 명을 넘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아이 없는 여성까지 총동원령을 내렸습니다. 국민들 목숨 생각한다면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하는데, 이미 끝났어야 할 전쟁을 무기지원을 하며 계속 끌고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러시아는 압도적인 공군력을 집중시킬 것이고, 우크라이나는 초토화될 것입니다. 미국은 인권 운운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는가보다 어떻게 하면 러시아가 약화되겠는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 두 개의 전선에서 전쟁을 수행할 능력은 없기 때문에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러시아를 먼저 제압하려한 것인데, 전쟁의 양상이 미국 바이든이 생각한 것처럼 흐르지 않았고 미국 네오콘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작전 중 하나는 ‘물량전을 통해서 소모시킨다’, ‘러시아 약점이 경제이기 때문에 대러제재 등으로 경제타격을 주어 굴복시키겠다’는 것인데 오히려 루블의 가치가 상승하는 등 역반응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 세계 15% 인구만 러시아 제재 동참

한국이 러시아 제재에 늦게 동참했다고 언론은 호들갑이었지만 전 세계 인구의 단 15%만 미국 따라 러시아 제재에 동참했습니다. 미국의 전통 동맹국인 사우디조차 움직이지 않고, 심지어 무조건 미국편인 이스라엘조차도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 인구의 85%를 차지하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참가하지 않고, 오히려 러시아의 석유 등 에너지와 비료 등의 수입을 크게 늘렸습니다. 인도는 러시아 원유를 올해 6월까지 지난해 전체 수입량의 5배 이상 수입했고, 중국은 독일을 제치고 러시아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 됐습니다. 사우디도 올해 2분기 들어서 러시아 정제유 수입을 갑절로 늘렸습니다.

 

미국 견제하는 브릭스·상하이협력기구 확대 성장

지난 6월 17일 블라디미르 푸틴은 굉장히 중요한 여설을 하는데, 낡은 ‘단극 세계 질서’는 끝났다. “모든 국제관계 시스템의 혁명적인 지각변동”은 필수적이라고 했습니다. 새로운 세계 질서 혹은 신냉전의 선언입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지난 22일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앞선 포럼에서 미국 주도의 제재는 “높은 담을 가진 작은 마당”을 만들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양극이 아닌 다극체제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대결이 아닌 세미동맹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다자간 협력기구를 키우고 있습니다.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가 대표적입니다. 이는 미국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칩4(반도체 공급망 협력체) 등 반중 성격의 여러 협력기구를 추진하는 데 대한 맞대응으로 볼 수 있습니다. 브릭스에 이란과 아르헨티나가 가입신청서를 냈고, 인도네시아·타이·아랍에미리트연합 등 13개국이 중국의 초청으로 협력국 상태입니다.

 

브릭스 경제규모는 미국과 1:1 비율입니다. GDP는 각각 25%씩이고, 5년 내에 브릭스가 앞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뒤집어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브릭스는 중국과 인도에만 각각 14억명의 인구가 있을 만큼 거대한 시장입니다. 지난 정상회의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의 금융 제재에 맞서 브릭스 회원국 간 국제결제시스템 구축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어설픈 정부의 섣부른 판단

국제사회의 다양한 대러 지형도를 놓고 보면 한국정부의 대응은 참으로 어설프고 섣부르다 싶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우크라이나만 봐서는 안 됩니다. 러시아가 가지고 있는 유라시아 주의, 미국이 중국보다 러시아를 먼저 제압하려다가 오히려 되치기를 당하는 상황. 그 속에서 지정학적 큰 전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부 당국이 전황에 대한 객관적 판세 분석, 국제사회의 흐름, 남북관계, 대중, 대러 관계에 대한 종합적 분석은 간데없이 미국을 쫓아 섣부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잘 모르면 지켜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고 나온 ‘가치외교’는 바이든 가치외교의 모방품입니다. 대외 의존도가 극히 높은 한국경제, 수출로 먹고 산다면서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과 적대해 우리가 살 수 있을까요? 한미일 삼각 협력은 그래서 본질적으로 반경제적입니다. 바이든 정부의 세계 전략에 따라 한미동맹, 한미일 3각 동맹,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나토, 심지어 미국의 세계 전략을 꾸려가는 가장 전통적인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에 한국과 일본을 참석하지는 논의까지. 여기에 오커스까지 뛰어든다면? 지금 벌린 것만 해도 한미관계 6개에 겹쌓여 있는 형국입니다. 한미관계 속에 갇혀 미국의 돌격대 역할을 하게 생겼습니다. 한국이 지정학적 대전환기에 심각한 외교적 딜레마, 위기를 스스로를 자처하는 것입니다. 어느 때보다 능동적이고 중장기적인 전략적 시야, 지정학적 통찰력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