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을 단숨에 달려갈 수 있었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남과 북이 손을 잡고 한반도의 미래를 함께 기약하는 꿈이 현실이라고 여겨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경협이라는 단어는 그 어떤 다른 나라와의 경제협력이 아니라, 남북의 경제적 역량의 결합을 뜻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6.15 시대가 약속해주었던 우리의 기쁨이고 갈망이었습니다. 

그것은 상호존중과 호혜정신의 출발이었습니다. 

분단 60년의 금기가 깨어지고, 새로운 사회에 대한 기대와 상상력이 시동을 거는 축복의 역사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차갑고 암울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기에 그토록 애써서 쌓아올렸던 남북관계 개선의 성과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목격했고, 

적대적 분단 상황을 앞세워 민주주의를 공격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통일을 대박이라고 하면서 그 통일을 위해 필요한 일체의 준비와 과정, 그리고 진지한 노력은 실종된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통일사회를 위한 논의에 보통의 시민들, 보통의 국민들은 배제되어 있습니다.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절실하게 필요한 창조적 기운과 강한 열정은 숨죽여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오래전에 끝났어야 할 분단체제가 한반도의 새로운 사회를 향한 열망을 밀쳐내고 있습니다.


역사의 퇴행과 전쟁불안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시아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거대한 패권경쟁 체제의 가동입니다. 한반도의 긴장과 주변국의 영토분쟁은 미-중간의 군사적 대결의 빌미가 되고 있고, 일본은 이러한 기회를 틈타 일본 헌법에 금지된 전쟁할 수 있는 국가를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일본의 극우화를 비판하면서도 현실에서는 한일군사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이 나라 정부의 모습도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남과 북이 서로 힘을 합쳐 바로 서지 못하면, 

강대국의 패권경쟁에 휘둘려 이 땅이 전쟁터가 되었던 지난 시대의 아픈 역사가 다시 재연될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한국전쟁만이 아니라,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은 그 역사의 교훈입니다. 

민족의 미래를 고통에 빠뜨리는 분단체제, 파선의 위기를 자초할 그 배를 타고 

더는 격랑의 바다를 헤쳐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체제와 통일, 그리고 동북아시아 평화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사회를 원합니다. 

모두가 평화를 바라고 있지만 평화를 위한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이는 특정 국가나 권력이 독점하고 지휘하는 일이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전체의 책임과 권리입니다. 

우리 모두의 생명과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갈망, 통일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하고자 합니다. 

당장에 먹고 살기 바쁘고, 통일은 먼 훗날 이야기라고 믿는 이 시대에, 

그 먹고 사는 문제부터 먼 미래에까지 이르는 기본이 바로 평화와 통일임을 부단히 일깨우고자 합니다. 

기본이 바로 세워지지 못하면 민주주의나 경제적 정의, 평화나 복지,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이룰 수 없음을 알려나갈 것입니다. 

분단이 지속될수록 군사적 긴장은 해결될 수 없고 평화가 무너지는 순간, 

우리가 진력을 다해 이루어온 모든 것이 폐허가 되고 마는 것은 너무도 명백합니다.


전쟁이 아닌 평화, 분단이 아닌 통일이 올 것이라고 믿는 시민들의 힘으로 한반도에서 새로운 기운을 만들 수 있습니다. 통일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우리 삶 곳곳에 스며있는 평화, 내손으로 차곡차곡 만들어가는 통일을 꿈꾸는 사회가 그 동력입니다. 

새로운 사회를 꿈꿀 때 새로운 사회의 창조자이자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새롭게 일구어갈 한반도 공동체의 가치와 비전,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형성된 민족적 자신감, 

역동적인 시민들이 만들어 낸 우리사회의 자부심, 

이런 것들이 바로 우리가 소망하는 대안사회의 힘입니다.


서울겨레하나는 분단사회의 아픔을 성찰하며 서울구석구석 평화와 통일의 바람을 일으키겠습니다. 

보통의 시민들이 일상에서 즐겁게 그리고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나가겠습니다. 

평화와 공존의 감수성을 일깨우는 새로운 상상력으로 대안문화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더 넓고 큰 평화통일을 1천만 서울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새로운 용기와 강한 의지가 자라날 것입니다.

아름다운 미래는 이렇게 시작될 것입니다. 


서울겨레하나 만세!


2014년 2월 19일